따뜻한 동행 종로구마을장례지원단의 세 번째 마을 장례
지난 2014년 11월 따뜻한 동행 종로구마을장례지원단(이하 따뜻한 동행)이 발족됐다. 이 일의 첫 시작은 2012년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등 8개 단체가 모여 만든 상포계나눔연대회의였다. 홀로 죽음과 무연고자의 직장례(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바로 화장하는 것)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고 8개 단체가 모여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상포계나눔연대회의는 출발의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실행에서 많은 어려움과 만났다. 그러던 차 종로구 주민제안 사업인 품앗이 마을장례가 상포계나눔연대회의의 정신을 이어받아 따뜻한 동행,을 조직했다. 종로구마을장례지원단은 서로 위로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삶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따뜻한 동행’은 지난해 10월 고시원에서 홀로 외롭게 돌아가신 홀몸어르신 장례지원과 올해 3월 말 가족과 단절된 상태로 30년 동안 혼자 살아오다 돌아가신 마을주민의 장례를 지원했다. 이번에 치른 세 번째 마을장례지원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마을주민의 요청에 따라 진행되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수의 대신 평상복 장례고인(송 모씨)은 1945년에 태어나 고아로 자라 다른 친인척이 없다.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그 후유증으로 각종 병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았다. 간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4월 12일 새벽에 71세로 생을 마감한 고인은 자신의 영정사진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쓴 사진을 선택했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시간의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장례를 걱정하던 고인의 아내는 지난해 12월 종로구 소식지인‘종로사랑’에 게시된 ‘종로구마을장례지원단’안내문을 오려두었다가 병세가 위독해지자‘따뜻한 동행’의 무료장례지원을 신청했다.
장례는 종로구마을장례지원단 소속의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빈소와 고인관련 용품을 지원하고 시민단체‘나눔과나눔’이 모든 절차를 총괄 지원했으며 ‘종로구자원봉사단체협의회’가 발인봉사를 담당했다. 그리고 ‘종로구’,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법무법인 충무’ 등의 후원자가 함께 했다.
장례식은 2일장(4월 13일~14일)으로 치러졌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수의대신 고인이 평상시에 좋아하던 옷을 입고 입관식을 진행했다. 서울적십자병원장례식장 정상준 사무장은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는 장례는 1년에 10회 미만으로 아직은 이례적인 것이 현실이지만 평상복 장례는 합리적인 한국 장례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평상복 장례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13일 오전 10시 평상복 입관식 이후 14일 오전 7시에 발인하여 서울 추모공원에서 화장했다. 장지는 종로구에서 구민을 위해 마련한 화성에 있는 효원납골공원이며 장례식에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원과 마을주민 20여명도 참석해 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인간답게 살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자는 생각이 그 바탕이었다. 따뜻한 동행,으로 확산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상호부조는 공동체의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