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학교> 치매 노인, 어떻게 모실까
- 트러블을 최소화하는 방법 세 가지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분들 많으시죠? 지금은 모시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이 곧 닥칠지도 몰라요. 치매 노인 돌봄은 우리 모두의 현실적 과제일 겁니다. 지금부터 제가 7년간 경험하면서 얻은 지혜를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해요. 한 번 들어보시고 잘 응용해보시기 바라요.
치매 노인과 함께 사시는 분들~, 참 힘드시죠? 지금은 모시지 않더라도요, 우리 대부분은 치매 노인 돌봄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지금 닥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곧 닥칠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치매 부모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모두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끝까지 보시고, 잘 응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치매, 참 큰일입니다. 이거 정말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몰라요. 가끔 오는 형제들이 염장을 지르기도 하잖아요. 치매 부모는요, 형제들이 오면 엄청 똑똑해지고 문제도 안 일으키고 심지어는 화도 안내고 한단 말이에요. 그럼 형제들이 가면서 꼭 한마디씩 해요. “엄마 정말 많이 좋아지셨네? 형, 형수 참 수고 많았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참 나원, 평소에 어떠신 지도 모르면서…. 뭐 나쁜 말은 아닌데, 그래도 ‘염장’ 지르기는 마찬가지죠.
아주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도 있어요. “에이, 힘들다고 죽는 소리 하더니, 와보니까 엄마 멀쩡하네 뭐.” “형 고생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 “형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마음이 더 불편하니까, 항상 좋게 생각하자고“
엄마 평소에는 안 그래, 오늘은 너희가 와서 갑자기 좋아진 거야 하고 이야기하고 싶지만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요. 그냥 억울하고 마는 거지. 속은 뒤집어지지만 참읍시다 우리. 제가 치매 엄마를 모시고 7년째 살고 있어요. 살아보니까 지혜가 좀 생기더라고요.
울 엄마가 올해 92세거든요. 노령인데다가 치매인 데도요, 몇 가지만 잘 하면요, 점점 모실만해져요. 물론 경우는 다 다르고, 또 중증이실 경우에는 제 이야기가 택도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응용은 가능할 테니 잘 들어봐 주세요.
세 가지를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너무 잘하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적절하게 하는 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잘 대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내 사랑하는 엄마, 너무 불쌍한 우리 엄마, 어떻게 하지? 더 깨끗이 씻어 드리고, 예쁘게 해드리고, 잠시라도 더 행복감을 느끼게 해드려야 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이거요, 금물입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금방 지치고요, 마음만 앞서지 실천이 안 됩니다. 치매에 걸리시면 매일 매순간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고요. 근데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모신다고요?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물론 가능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보통 수준의 인성과 인내심을 갖은 사람은요, 그거 불가능합니다. 그냥 보통으로, 가끔 화도 내고, 그냥 일상적으로 티격태격 대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해가면서 지극정성으로 자식이 치매 부모를 모시잖아요? 부모들은 또 자식 사랑이 못 말릴 만큼 커서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더 힘들고 불행하고 우울해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적절한 선에서 모시는 것이 답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어차피 잊어버리시기 때문에 저는 정말 적당히 해왔어요.
딱 루틴을 정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반드시 지키는 루틴은 다음 세 가지예요. 첫 번째, 아침을 꼭 같이 먹어요. 이야기도 나누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드리고, 보고 싶어 하는 자식이나 동서나 친구나 사촌들한테 전화도 넣어드리고 해요. 아침시간에만 최선을 다해서 한 30~40분 해드리는 거죠.
두 번째 루틴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점심이나 저녁에 외식을 하는 거예요. 설렁탕, 순대국, 심지어는 떡볶기도 좋아하세요. 물론 레스토랑도 엄청 좋아하고요. 이거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기분 좋은 기운을 남겨서 꽤 괜찮아요. 물론 곧 잊어버리시지만요, 그래도 그 기분 좋은 기운이 누적되어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 줘요.
세 번째 루틴은 석달에 한 번 나들이를 가는 거예요. 공원도 좋고, 동생 집도 좋고, 작은 집을 방문하는 것도 좋고, 온천에 가는 것도 좋아요. 이것 역시 좋은 기운을 누적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 치매는 우울증이나 분노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런 이벤트가 꽤 좋은 효과를 낳는답니다.
저는 이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해요. 이것도 사실 꽤 많은 거니까 다들 너무 잘하려 하지 마시고 이 정도 루틴만 지킨다고 정해두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는 로드맵을 정해두는 겁니다. 울 엄마는 치매 진단을 받으신 지 7년이 되었어요. 진단서를 떼서 국민보험관리공단에 등급신청을 했고, 한 분이 집에 오셔서 상태를 보고 가셨는데, 5등급, 그러니까 제일 낮은 등급이 나왔더라고요. 근데 그 상태가 무려 7년이나 그대로 지속돼 있어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진전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저는 향후 로드맵을 정해두고 있어요.
첫 단계는, 밥하고 반찬을 해둬도 스스로 차려 드시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예요. 그 때가 되면,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정해뒀는데요, 이거 한 달에 250여만 원 소요되는 거라서 쉽지 않아요.
형제들과 돈을 나눠 내거나 역모기지론을 해서라도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요.
두 번째 단계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단계예요. 그 경우는 ‘상주 요양보호사를 두고 견뎌본다’로 정해뒀어요.
세 번째 단계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예요. 그 경우는 ‘시설로 보내드린다’ 입니다.
이렇게 로드맵을 정해두고, 그 로드맵에 따라서 움직일 준비를 해두는 게 필요해요. 그럼 마음이 비교적 편해져요. 미리 형제들, 그리고 엄마 본인하고 합의가 안되면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높아서 불안하기 마련이니까 꼭 로드맵을 그려 두시기를 권합니다.
세 번째는 말과 태도예요.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치매에 심지어 귀가 어두워지면요,
자꾸 ‘아기말’을 쓰게 되고 가르치려 하게 된답니다. 아기말은 전문용어인데요, 노인 환자에게 마치 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하는 걸 뜻해요.
“응~ 우리 엄마 밥 잘 드셨어? 에고 참 잘했어요. 그래야 건강하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요
“우리 엄마 착하지~ 우리 가서 소변 볼까? 그거 하고 나면 시원~하고 기분 좋아요. 자 올치 올치~” 뭐 이런 식의 아기말을 쓰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건 치매 부모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인데다 스스로 뭔가를 하려는 의지를 꺾는 것이기도 해서 참 좋지 않답니다.
“그리고 이거 꼭 해야 해!” 이런 잔소리 말고요, “의사가 이거 해야 한다던데, 엄마가 잘 판단해서 하셔요~” 이런 언사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결과는 아무 기대도 안하면서 엄마에게 여쭤보기도 잘 한답니다. “작은 애가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간다고 하는데, 그거 괜찮을까 엄마?” “군대 가는 건 언제가 좋을 거 같아?” 하고 느닷없이 여쭙는 거지요. 그 사실조차 곧 잊어버리시기 때문에 답해주시는 대로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그냥 서로 재미난 대화를 하고, 치매 부모의 자존감을 순간이나마 높여드리는 것일 뿐이지요. 근데 그런 것도 하나의 좋은 기운으로 남아서요,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데 효과가 있어요.
치매는 병이지만, 하나의 삶의 유형이라고 저는 생각하려 애쓰고 있어요. 아니 정말 말도 안 통하는 애완견이나 야옹이도 키우면서, 치매 노인과 동거가 안 된다면 그건 합당하지 않지요. 기본적으로 다름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그 다름에 맞는 행동 패턴이랄까 그런 게 생기면 얼마든지 치매 노인과 동거가 가능하지 않겠어요?
울 엄마가 아직 심각한 수준의 치매는 아니라서 중증인 분들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환경, 다른 병증이라 하더라도 잘 응용하고 적용하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안녕~
김익한 조합원|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글은 김익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12idXCFUrQI 을 본인의 허락을 받아 옮긴 것입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