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의 기적> 사회서비스와 협동조합
사회서비스와 협동조합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소득불평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회양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IMF시기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나라에서 10% 상위층의 전체 소득에서의 점유율은 1996년 29.2%에서 2012년 44.9%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
소득불평등뿐인가. 취약계층의 의료이용은 경제적인 부담이 늘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소한 질병으로 일이라도 못하게 되면, 소득이 끊어져 꼼짝없이 가족이 동반자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만든 의료보험인데, 국내에선 이런 일에 의료보험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아팠을 때는 평소 소득의 일부를 보장해 주는 상병 급여가 외국에는 보장되어 있는데, 국내에선 이 같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2026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이에 대비는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가구의 빈곤가구 비율이 유난히 높고,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이 들어서 일자리를 갖기도, 아파서 치료받기도,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어렵다. 가족은 해체되고 초핵가족으로, 1인1가구로 쪼개지고 있다. 자녀들과 동거하는 문화에서 노인들이 독립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다.
2026년이면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상회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향후 30년간 사회양극화와 저출산, 초고령사회화, 일차의료의 붕괴, 지역공동체의 약화 등의 변화로 건강불평등 심화, 만성질환 급증, 의료비 폭등으로 재앙과도 같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재도약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더불어 살 수 있고, 가가 사람 모두 공정하게 대우받고, 존중받는 사회의 건설은 정녕 불가능한가?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관료의 전횡, 정경유착과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행정기관, 대기업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투명하게 살펴보고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힘을 지닌 관료와 대기업의 갑질은 결코 끊이질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변화, 참여를 통해서 한국사회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그 이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방관하지 않고 우리 사회 여러 영역을 개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인 의료, 돌봄, 육아, 장례 등 사회서비스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관료의 전횡이나 시장논리에 의해 휘둘리지 않게 새로운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직접 개혁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향후 개혁의 핵심요체라 고 볼 수 있다. 각 생활영역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확장시켜 나가 시민사회, 생활세계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형식적인 정치적 민주화에 머무른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민주화, 지방자치, 생활자치, 주민자치로 민주주의가 더 심화?발전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법과 질서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높은 시민정신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단지 경제적으로 GDP가 높은 사회만이 아닌 사람이 살 만한 사회로 가야 한다.
우리 사회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되고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선진사회의 분명한 지표다. 이러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의료, 돌봄, 육아의 공공성을 높여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과제다. 이들 분야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분야여서 2026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지역공동체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역사회의 조직들이나 지방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낸다. 협동조합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협동조합 사업체를 통해 스스로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공공의료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민간의료기관이 영리에 좌우되지 않게 안전판 역할을 해낸다.
협동조합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료, 돌봄, 육아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지역사회를 매개로 주민들, 동네의원, 어린이집, 유치원, 요양원, 주간보호소시설 등이 서로 연대하고 협동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조직적 수단 중의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임종한 한국의료사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