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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24%의 기적> 의식은 간소하게, 추모는 깊이 있게 2019-09-06 14:05:53
    대표이미지 20190906_154846881.jpg (file size 216KB)
    작성자 handurae
    조회 482

    – 병원장례식의 대안을 말한다

    와 본 분들은 알겠지만 우리 조합의 주 사무실은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에 있습니다. 경복궁역 인근 ‘먹자골목’을 통과하면 그 끝자락에 있지요.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한때 ‘핫한’ 곳으로 주목받았던 서촌에서 10년째 붙박고 있습니다. 인왕산 봉우리들이 장군처럼 늠름하게 굽어보고, 수성동 계곡이 굽이치는(물은 말라서 없지만요) 풍광 수려한 곳이지요.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명당입니다.

     

    어느 늙은 노동자의 눈물

    얼마 전, 우리 조합 사무실의 창호공사를 할 때였습니다. 어느 집수리협동조합에서 공사를 맡았는데, 유리창에 직사광선을 완화해줄 필름지 붙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대청소까지 하느라 작업은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고된 노동을 마친 노동자 두 분과 삼겹살로 저녁을 나눴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작은장례’ 얘기가 나왔습니다.

    작은장례란 병원 장례식장이 아닌 곳(고인이 거주하던 곳이면 더 좋겠지요)에서, 기존 3일장보다 간소하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추모 위주로 치르는 장례를 말합니다. 의식은 간소하게 하되 추모는 깊이 있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 조합이 꼭 실현하고 싶은 장례문화입니다.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듣고 있던 늙은 노동자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사연을 물었습니다. 평생 노동판에서 잔뼈가 굵은 60대 중반 노동자는 서울 강남의 가난한 비닐하우스촌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노환과 지병이 겹쳐 병원 나들이가 잦았던 어머니가 몇 년 전 집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평소 장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황망하고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유명한 병원이 떠올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습니다. 그 흔한 조화도, 문상객도 거의 없었습니다. 커다란 빈소에 홀로 동그마니 앉아 3일 밤을 지냈습니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오가며 한마디씩 던지거나 자기들끼리 수근거렸습니다. 제사상은 따로 안 차리느냐, 손님은 안 오느냐, 언제 나가느냐.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밥과 술을 많이 팔아줘야 좋아한다는 것을. “작은장례와 같은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제가 그 수모를 받으면서 그곳에 있었겠습니까.”

    창립 이래 장례문화 개선과 공동체 장례 실현을 표방해온 우리 조합은 이제 ‘작은장례’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병원장례식장은 가고 싶지 않다, 가족과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 나만의 장례식을 기획하고 실현하고 싶다는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이런 조합원들의 요구를 꼭 실현하고 싶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3일장을 하루장으로

    총 응답자는 738명(조합원은 496명, 비조합원은 242명)이었습니다. 남성은 397명(54%), 여성 343명(46%)이었고, 50대 300명(41%), 40대 257명(35%), 60대 94명(13%), 30대 67명(9%) 순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장례경험’을 물었는데, 있다(79%)가 없다(2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장례를 치러본 이들은 대부분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이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고민해 본 적 있는가’를 물었을 때 있다(72%)는 응답이 없다(1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있다는 응답중 특히 1인 가구(84%)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3일장 장례문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는데, 보통(61%) 부정(27%) 긍정(12%) 순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3일장 장례문화의 문제로는 장례식의 허례허식(낭비요소), 비싼 장례비용, 장례회사의 영리추구, 간소하게 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음, 각종 쓰레기(화환, 음식물, 일회용품 등) 양산, 피로감, 추모의식 결여, 조문객 초대의 어려움 등을 꼽았습니다.

    ‘작은장례를 실행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가’를 물었을 때, 가족 간 이견 발생(설득이 어려움), 새로운 시도에 따른 불안감, 주변시선 의식,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죄책감, 허전하고 쓸쓸함, 기존에 낸 조의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움, 낯설고 귀찮음 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본인의 장례를 작은장례로 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긍정(68%), 부정(22%), 보통(10%)의 답변이 나왔는데, 대체로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분포합니다. 반면 ‘가족의 장례를 작은장례로 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긍정(43%), 부정(20%), 보통(37%)으로 나타나 가족의 장례는 다소 부담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의 시신을 병원 안치실에 모시고 작은장례는 별도의 추모공간에서 한다면 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긍정(62%), 부정(10%), 보통(28%)로, 사전에 죽음을 공부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웰다잉 아카데미에 참석하겠는가라고 묻자 참석(71%)이 불참(29%)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전문)장례식장 중심의 3일장 장례문화에 대한 개선을 바라는 여론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루장이나 추모식 등 기존 장례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1인가구와 프리랜서 노동의 증가라는 흐름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며 조합원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합니다. 우리 조합이 나갈 바가 분명해졌습니다. 이름을 작은장례로 븥이든 문화장례로 붙이든 기존 3일장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병원(전문)장례식장 이외에 갈 곳을 더욱 근사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고인의 뜻을 기리고, 상주와 유가족이 주도적으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혼식은 기획하는데 장례식이라고 못할 것 없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원하는 장례식을 맞춤형으로 치를 수 있다면 우리 삶과 죽음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하지 않기에 조합원과 함께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글/ 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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