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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비학교> 치매 노인, 어떻게 모실까

    - 트러블을 최소화하는 방법 세 가지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분들 많으시죠? 지금은 모시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이 곧 닥칠지도 몰라요. 치매 노인 돌봄은 우리 모두의 현실적 과제일 겁니다. 지금부터 제가 7년간 경험하면서 얻은 지혜를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해요. 한 번 들어보시고 잘 응용해보시기 바라요. 치매 노인과 함께 사시는 분들~, 참 힘드시죠? 지금은 모시지 않더라도요, 우리 대부분은 치매 노인 돌봄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지금 닥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곧 닥칠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치매 부모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모두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끝까지 보시고, 잘 응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치매, 참 큰일입니다. 이거 정말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몰라요. 가끔 오는 형제들이 염장을 지르기도 하잖아요. 치매 부모는요, 형제들이 오면 엄청 똑똑해지고 문제도 안 일으키고 심지어는 화도 안내고 한단 말이에요. 그럼 형제들이 가면서 꼭 한마디씩 해요. “엄마 정말 많이 좋아지셨네? 형, 형수 참 수고 많았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참 나원, 평소에 어떠신 지도 모르면서…. 뭐 나쁜 말은 아닌데, 그래도 ‘염장’ 지르기는 마찬가지죠. 아주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도 있어요. “에이, 힘들다고 죽는 소리 하더니, 와보니까 엄마 멀쩡하네 뭐.” “형 고생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 “형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마음이 더 불편하니까, 항상 좋게 생각하자고“ 엄마 평소에는 안 그래, 오늘은 너희가 와서 갑자기 좋아진 거야 하고 이야기하고 싶지만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요. 그냥 억울하고 마는 거지. 속은 뒤집어지지만 참읍시다 우리. 제가 치매 엄마를 모시고 7년째 살고 있어요. 살아보니까 지혜가 좀 생기더라고요. 울 엄마가 올해 92세거든요. 노령인데다가 치매인 데도요, 몇 가지만 잘 하면요, 점점 모실만해져요. 물론 경우는 다 다르고, 또 중증이실 경우에는 제 이야기가 택도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응용은 가능할 테니 잘 들어봐 주세요. 세 가지를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너무 잘하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적절하게 하는 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잘 대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내 사랑하는 엄마, 너무 불쌍한 우리 엄마, 어떻게 하지? 더 깨끗이 씻어 드리고, 예쁘게 해드리고, 잠시라도 더 행복감을 느끼게 해드려야 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이거요, 금물입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금방 지치고요, 마음만 앞서지 실천이 안 됩니다. 치매에 걸리시면 매일 매순간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고요. 근데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모신다고요?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물론 가능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보통 수준의 인성과 인내심을 갖은 사람은요, 그거 불가능합니다. 그냥 보통으로, 가끔 화도 내고, 그냥 일상적으로 티격태격 대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해가면서 지극정성으로 자식이 치매 부모를 모시잖아요? 부모들은 또 자식 사랑이 못 말릴 만큼 커서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더 힘들고 불행하고 우울해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적절한 선에서 모시는 것이 답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어차피 잊어버리시기 때문에 저는 정말 적당히 해왔어요. 딱 루틴을 정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반드시 지키는 루틴은 다음 세 가지예요. 첫 번째, 아침을 꼭 같이 먹어요. 이야기도 나누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드리고, 보고 싶어 하는 자식이나 동서나 친구나 사촌들한테 전화도 넣어드리고 해요. 아침시간에만 최선을 다해서 한 30~40분 해드리는 거죠. 두 번째 루틴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점심이나 저녁에 외식을 하는 거예요. 설렁탕, 순대국, 심지어는 떡볶기도 좋아하세요. 물론 레스토랑도 엄청 좋아하고요. 이거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기분 좋은 기운을 남겨서 꽤 괜찮아요. 물론 곧 잊어버리시지만요, 그래도 그 기분 좋은 기운이 누적되어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 줘요. 세 번째 루틴은 석달에 한 번 나들이를 가는 거예요. 공원도 좋고, 동생 집도 좋고, 작은 집을 방문하는 것도 좋고, 온천에 가는 것도 좋아요. 이것 역시 좋은 기운을 누적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 치매는 우울증이나 분노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런 이벤트가 꽤 좋은 효과를 낳는답니다. 저는 이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해요. 이것도 사실 꽤 많은 거니까 다들 너무 잘하려 하지 마시고 이 정도 루틴만 지킨다고 정해두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는 로드맵을 정해두는 겁니다. 울 엄마는 치매 진단을 받으신 지 7년이 되었어요. 진단서를 떼서 국민보험관리공단에 등급신청을 했고, 한 분이 집에 오셔서 상태를 보고 가셨는데, 5등급, 그러니까 제일 낮은 등급이 나왔더라고요. 근데 그 상태가 무려 7년이나 그대로 지속돼 있어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진전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저는 향후 로드맵을 정해두고 있어요. 첫 단계는, 밥하고 반찬을 해둬도 스스로 차려 드시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예요. 그 때가 되면,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정해뒀는데요, 이거 한 달에 250여만 원 소요되는 거라서 쉽지 않아요. 형제들과 돈을 나눠 내거나 역모기지론을 해서라도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요. 두 번째 단계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단계예요. 그 경우는 ‘상주 요양보호사를 두고 견뎌본다’로 정해뒀어요. 세 번째 단계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예요. 그 경우는 ‘시설로 보내드린다’ 입니다. 이렇게 로드맵을 정해두고, 그 로드맵에 따라서 움직일 준비를 해두는 게 필요해요. 그럼 마음이 비교적 편해져요. 미리 형제들, 그리고 엄마 본인하고 합의가 안되면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높아서 불안하기 마련이니까 꼭 로드맵을 그려 두시기를 권합니다. 세 번째는 말과 태도예요.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치매에 심지어 귀가 어두워지면요, 자꾸 ‘아기말’을 쓰게 되고 가르치려 하게 된답니다. 아기말은 전문용어인데요, 노인 환자에게 마치 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하는 걸 뜻해요. “응~ 우리 엄마 밥 잘 드셨어? 에고 참 잘했어요. 그래야 건강하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요 “우리 엄마 착하지~ 우리 가서 소변 볼까? 그거 하고 나면 시원~하고 기분 좋아요. 자 올치 올치~” 뭐 이런 식의 아기말을 쓰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건 치매 부모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인데다 스스로 뭔가를 하려는 의지를 꺾는 것이기도 해서 참 좋지 않답니다. “그리고 이거 꼭 해야 해!” 이런 잔소리 말고요, “의사가 이거 해야 한다던데, 엄마가 잘 판단해서 하셔요~” 이런 언사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결과는 아무 기대도 안하면서 엄마에게 여쭤보기도 잘 한답니다. “작은 애가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간다고 하는데, 그거 괜찮을까 엄마?” “군대 가는 건 언제가 좋을 거 같아?” 하고 느닷없이 여쭙는 거지요. 그 사실조차 곧 잊어버리시기 때문에 답해주시는 대로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그냥 서로 재미난 대화를 하고, 치매 부모의 자존감을 순간이나마 높여드리는 것일 뿐이지요. 근데 그런 것도 하나의 좋은 기운으로 남아서요,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데 효과가 있어요. 치매는 병이지만, 하나의 삶의 유형이라고 저는 생각하려 애쓰고 있어요. 아니 정말 말도 안 통하는 애완견이나 야옹이도 키우면서, 치매 노인과 동거가 안 된다면 그건 합당하지 않지요. 기본적으로 다름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그 다름에 맞는 행동 패턴이랄까 그런 게 생기면 얼마든지 치매 노인과 동거가 가능하지 않겠어요? 울 엄마가 아직 심각한 수준의 치매는 아니라서 중증인 분들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환경, 다른 병증이라 하더라도 잘 응용하고 적용하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안녕~ 김익한 조합원|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글은 김익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12idXCFUrQI 을 본인의 허락을 받아 옮긴 것입니다.[편집자주]  

    handurae 작성일: 2020-03-20 조회:375

    <24%의 기적> 채비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추모형 장례 서비스 이미지 – 미리 갖추어 준비하는 일 지난 일 년간 사무국에서는 그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염원이며 조합이 선언한 공동체 장례인 추모형 장례식의 실행 모델 수립이었다. 우리 조합은 작은 힘이 모여 만든 조직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건강을 먼저 고려하는 곳이다. 하지만 슴슴한 음식이 자극적인 음식에 밀려나는 것처럼 우리 조합의 의미는 안마의자를 주거나 크루즈 여행권을 주는 화려한 상조회사의 상술에 여지없이 밀려났다. 따져보면 경제적 이득은 물론 의미면에서도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조합의 장례 서비스를 겪어보기전까지는 이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말이란 구체적 이미지로 보여지기 전까지는 큰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안마의자나 크루즈 여행 상품권이라는 유혹의 이미지가 우리 조합의 진심을 가로 막는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2019년초 사무국에서는 그간 조합원들의 요청을 염두에 두며 2020년 조합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는 ‘한겨레두레 2.0’ 시대를 열자고 선언했다.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구조 변화에 발맞춘 추모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이런 결의를 지렛대 삼아‘ 채비 장례’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본격화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컨설팅 회사와 함께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고정되어 있는 회의는 월요일 오전 주간회의와 금요일 추모형 작은장례 모델 수립에 관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돌발적인 회의와 각종 회의를 통해 우리의 시도를 좀 더 풍부하게 하는 일에 매진했다. 마침내 ‘채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고비용 허례허식의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었다. 채비는 ‘미리 갖추어 준비하는 일’이라는 의미로 죽음을 이해하고 일상의 삶을 계획하고자 하는 웰다잉의 정신과 닮아 있다.‘준비하여 맞이하는 죽음’‘의식은 간소하게 추모는 깊이 있게’를 실현하며 죽음과 죽어감의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과 마지막을 설계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채비학교, 추모형 장례, 애도와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채비는 우리의 죽음을 이해하고 삶의 과정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채비의 의미를 그대로 담은 ‘채비 장례’는 병원 장례식장이나 조합의 추모공간에서 고인과의 이별을 의미있게 만드는 추모식을 포함하는 장례식이다. 생전의 고인을 기억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이별식을 마련한다. 한겨레두레의 가치를 확산하고 사업구조를 혁신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조합원 참여와 조합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추모형 장례를 선도할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획기적인 브랜드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행복하지 않아서 슬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형상화 하는데 집중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관념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갖고 있다면, 행복은 내 일상 근처에 있는 아름다움의 구체적 표현이다. ‘채비’ 안에 그 답이 있다. 상상한다는 것은 느낌만 있는 공상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장례문화를 개선하고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겠다는 각오는 있었지만 그것은 냉정하게 상상에 가까운 말이었다. 우리 조합이 나아갈 방향과 조합원 개개인이 원하는 장례식 풍경이 어우러지기 까지는 많은 시도가 필요했다. 생각이 어떤 형태를 갖는 것은 지난한 시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변화를 이루는 것에는 난관이 많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물꼬를 튼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이 힘을 얻게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조합은 애초 출발의 선언과 의미를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작고 의미있는 일들을 수행하며 우리 조합의 존재 이유를 더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사회적 문제들을 변화시키고 싶은지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올해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추모형 장례식장을 오픈한다. 이는 조합원의 힘으로 일궈낸 일이며 우리 사회에 죽음과 장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글/ 우은주

    handurae 작성일: 2020-03-20 조회:538

    <메멘토 모리>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노년의 지혜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버나드 오티스 지음|박선령 옮김   코로나19가 ‘대유행’ 하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 감기몸살로 몸져누웠다. 그런데 증상이 예전과 달랐다. 써늘한 기운이 간헐적으로 온몸을 감싸다가 가끔씩 뒷머리에 전기충격처럼 짜릿한 느낌이 왔다. 관절 마디마디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쑤셨다. 잠을 못 잘 정도였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 나쁜 증상이었다. 동네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고 앓다가 며칠 만에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를 만나 내가 앓은 얘기를 했더니 단박에 그런다. “그거 갱년기 증상이야.” ‘아, 말로만 듣던 갱년기가 이거였어?’갑자기 여러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그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기분 나쁜 증상은 신체가 노화되면서 오는 것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갱년기란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데, 여성의 경우 생식 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정지되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이 감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5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는 요즘 신진대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뼈마디가 쓰시고 근육도 뻣뻣하다. 눕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 친구들과 만남도 뜸해지고, 술맛도 예전보다 덜다. 생로병사가 자연의 이치인데, 인간관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도 늙고 병들고 가난해진다. 노년을 석양에 비유하는 이유를 이제야 절감한다. 나이의 숫자가 점점 올라가면서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비례하는 것 같다. 자,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것이 확실하니 무엇을 할 것인가. 나보다 앞선 선배들에게 자주 묻는다. 무엇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이럴 때 선배들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우리에겐 인생2막을 맞이하기 전, 숙고하고 채비할 것이 따로 있다. 기대수명이 100세인 시대가 온다는 뉴스가 보도된 후, 사람들은 오래 살게 된 만큼 정년 이후의 삶을 인생2막이라고 부르며,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면 인생2막이라 부를 만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젊은 시절 몸 돌볼 시간 없이 일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에게 노년기는 팍팍한 삶의 연장일 뿐이다. 건강한 노인은 자금의 여유가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적지 않은 병원비가 들면서 사실상 노년기를 가난하게 보낼 수도 있다. 몸뚱이라도 아플라치면 남은 생은 고통스러울 뿐이다. 자 무엇을 채비할 것인가. 나에게 닥친 노년기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쌓인 지혜를 제대로 실현하면서 살아가려면 실질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시중에 출간된 노년을 다룬 책의 대부분이 ‘마음가짐’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은 마음가짐과 실질적인 조언의 비율을 3 대 7로 안배해 노년기를 좀 더 알차게 대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입해야 할 보험 조건, 간병인 선정시 유의할 점, 요양원에 갔을 때 주변인(가족, 친척 등)이 주의할 점, 병문안 갔을 때 할 말과 하면 안 되는 말, 유언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게 현명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법 등을 조언한다. 노년의 품위란 먼 산을 바라보며 점잔을 빼는 겉모습에 있지 않다. 품위란 결코 우아하지만은 않다. 정작 품위 있는 삶이란 머지않아 끝날 것임을 알지만,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살아오며 쌓은 지혜를 활용해 남은 생을 잘 살아가는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은이는 오랫동안 호스피스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함께 86년간 자신의 인생과 사랑, 상실 그리고 기쁨에 대해 들려주면서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다. 60세 이후에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노년의 부모에게 병을 숨길 것인가. 나의 병을 가족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사람에게는 또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주변에 노년의 어른이 있거나 자신이 곧 노년기에 접어드는 사람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읽어봐야 할 이야기를 담았다.    글/ 김경환      

    handurae 작성일: 2020-03-20 조회:394

    <메멘토 모리> 책소개: 애도하는 사람

    오늘날 이 사회에 넘쳐나는 무차별 살상, 학대 등 다양한 종류의 사건과 사고, 폭력과 상처를 마주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붕대 클럽>의 작가 텐도 아라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편의 소설로 대신한다. <애도하는 사람>은 제140회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주인공 '애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와 관련이 있는 세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나간다. 취재를 나갔다가 우연히 그가 애도하는 장면을 목격한 주간지 기자 마키노,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 그리고 남편을 죽인 후 죗값을 치르고 갓 출소한 유키요. 이들 세 목소리를 통해 '애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이에나처럼 자극적인 기삿거리만을 찾아 헤매는 독종 마키노는 끊임없이 시즈토의 진의를 의심하며 그를 관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말기 암인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지는 준코는 아들이 기행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칼로 찌른 후 더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유키요는 무턱대고 시즈토를 따라나선다. 마키노, 준코, 유키요. 이 세 사람은 '애도하는 사람'을 방관하기도 하고 그와 함께하기도 하면서 그의 존재 의의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사람 자신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작가 텐도 아라타는 이번 작품에서 '애도'라는 키워드를 통해 선과 악, 생과 사가 교차하는 묵직한 삶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출판사 제공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한 故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시인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기록한 시작 메모를 시기별로 담고,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시의 모음, 시인이 제 시에 부친 작품론과 시론으로 마지막 일부를 채웠다. 시인은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 했고, '간절한 어느 순간이 가지는 사랑을 향한 강렬한 힘을 시를 쓰는 시간'이라 했다. 또한, '시를 쓰는 순간 그 자체가 가진 힘이 시인을 시인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라 했다. 작은 귤에서 살아오면서 맡았던 모든 향기를 떠올리며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고백하고, 다시 시를 써 내려갔던 허수경 시인. 생의 마지막까지도 간절한 마음으로 시를 놓지 않았던 시인의 모습이 스며든 문장 한 줄 한 줄이 마음을 울린다.   -출판사 제공     누구나 겪을 죽음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다. 한 번도 나 자신의 죽음인 적 없는, 가족이나 친지, 다른 사람의 일이었던 죽음. 때문에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일 따위는 모른다.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은 탄생과 한 쌍을 이룬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책에는 네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각각의 죽음의 전개가 실화로써 제공된다. 5살, 암으로 죽음을 맞이한 어린 아이, 인생 샷을 찍겠다며 건물 난간에 올랐던 29살 청년, 요양원의 80세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당신. 저자는 이들 네 사람의 죽음의 단계를 매우 면밀하고 자세하게 다뤘다. 이로써 죽음이 어떻게 각 개인의 삶만큼이나 독특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인식하게 된다.    -출판사 제공

    handurae 작성일: 2019-11-05 조회:364

    <24%의 기적> 장례의 품격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가 92세를 일기로 소천(召天)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애도의 마음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상주이자 현직 대통령인 그는 어떻게 장례를 치를까. 단순히 ‘장의업자’로서의 궁금증만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 조합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 하는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기대감보다 큰 것은 대통령의 모친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새벽 “장례를 천주교 의식에 따라 가족, 친지끼리 치르려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모친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고 썼다. 이어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 특히 정치의 길로 들어선 뒤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있는 제가 서 있는 것을 보며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며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님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그는 그대로 실천했다. 부득이하게 정당 대표, 종교계 지도자와 주한외교사절 말고는 일체의 조문을 사절하고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삼일장을 치르고 바로 국정에 복귀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장례는 권력(금력)의 크기와 비례하기 시작했다. 조화의 개수와 조문객의 숫자가 상주나 유족의 사회적 지위와 권세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장례를 앞둔 많은 이들이 초라한 빈소와 비용을 걱정한다. 상주는 접객을 하느라 바쁘고 애도와 추모를 허례허식이 압도한다. 지금의 장례에는 고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상주 얼굴만 보고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조합은 ‘의식은 간소하게, 애도는 깊이 있게’를 나침반 삼아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름 노력해 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병원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중심으로 단단하게 짜인 상업적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은 조합으로서 현실의 벽 앞에 번번이 좌절하고 한계를 절감한 적도 많았다. 일례로 우리는 쓰레기 없는 장례를 실현하고 싶다. 장례식장은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그 많은 화환은 또 어떤가. 많은 음식을 빠른 시간 내에 소비해야 이익을 보는 장례식장의 특성상 이 문제는 당장은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량의 그릇을 관리하기도 어렵고 설거지 시설도 마땅치 않다. 서비스 인력도 이를 꺼린다. 쓰레기 문제뿐 아니다. 최대한의 영리를 취하려는 병원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중심의 장례시스템 안에서는 ‘다른 장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고인에 대한 추억과 감사를 나누며 가족끼리 작고 소박하게 장례를 치를 수는 없을까. 꼭 3일장을 치러야 할까. 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나 작은 음악회처럼 할 수는 없을까. 물론 기존 장례식장도 ‘작은장례’를 표방하거나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보여주기식에 그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얼마 전 우리 조합에서 치렀던 한 장례가 떠오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친상이다. 유 이사장의 어머니는 지난 5월 22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 이사장은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제 어머니가 여든아홉 해를 살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며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담담하게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저를 위로하러 오실 필요는 없다. 슬프거나 아프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제 어머니를 생전에 아셨고, 꼭 작별인사를 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굳이 오시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서동필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꽃이나 조의금을 사양하기로 6남매와 함께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위로 말씀과 마음의 인사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우리는 우리들 각자의 삶을 의미 있게 꾸려나가자”고 적었다. 유 이사장 어머니의 장례는 일산의 한 작은 병원에서 치러졌다. 주변에서 서울의 대형병원 장례식장을 추천했지만 유족들은 완곡하게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조문객에게는 조촐한 다과가 차려졌다. 술과 밥이 없는 장례를 치른 것이다. 문상객에게는 자녀들이 어머니 눈물겨운 역정을 적은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라는 문집으로 답례했다. 국적불명의 돈벌이 장례가 지속되면서 시민들 스스로 애도와 추모가 있는 품격 있는 장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병원장례식장을 거부하고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일회용품 대신 재활용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대접하고, 술과 밥 대신 다과를 내놓기도 한다. 아직은 작은 움직임이지만 조만간 큰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시민들은 ‘아무도 해주지 않으니 우리가 한다’를 실천하며 스스로 장례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 조합은 좀 더 일찍 추모형 작은장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이런저런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2019년 1년 동안 치열하게 분석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시도는 해볼 만큼은 된 것 같다. 진정한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품격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고단하고 치열했을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품격있는 장례를 보고 치를 자격이 있다. 향기로운 장례의 풍경이 장엄한 저녁노을처럼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글/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handurae 작성일: 2019-11-05 조회:449

    <메멘토 모리> 책 소개 : 무연사회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무연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김범수역/용오름 무연사’는 모든 인간 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혼자서 죽어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음을 말한다.현장에서 신원 혹은 연고자 확인이 안 되는 이런 죽음이 전국적으로 3만 2,000여 명에 이르는 일본 사회를 NHK 특별 취재팀은 무연사회(無緣社會)라고 이름 붙였다. ‘무연사’가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취재진은 일본 전역의 지자체에서 공적 비용으로 화장ㆍ매장된 시신의 숫자를 조사하며 철저한 현장 취재를 진행한다. 사망 현장에 남겨진 얼마 되지 않는 단서를 바탕으로 마치 사건을 쫓는 형사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되짚는 취재. 그 흥미진진한 취재 과정과 교훈을 담은 책이 『무연사회』다. 한국은, 통계청 등에 따르면 독거노인이 2000년 55만 명에서 2010년 102만 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1인가구는 최근 30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해,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현재 24.4%이다. 1~2인가구의 70% 안팎이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며, 빈곤인구의 절반 이상이 1~2인가구에 집중되어 있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3명은 자녀와 따로 산다.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은 36%에 불과하고 자식과 함께 살고 싶다는 부모도 29%에 그친다. 50세가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서울의 미혼 인구는 최근 40년간 7배 늘어나 1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출판사 제공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유성호/21세기북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교수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의 교양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법의학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죽음’은 어떤 것인지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을 소개하며, 모호하고 두렵기만 했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또한 죽음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피할 수 없지만, 결코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죽음’. 유성호 교수는 오히려 죽음을 공부하고 먼저 준비할 것을 권한다. 삶에 명확히 마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 그리고 ‘삶’이 갖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위한 ‘죽음 지침서’다. 죽음은 두려운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을 계획할 수 있는가? 죽음을 비켜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죽음은 늘 생경하고 아득하다. 매주 시체와 마주하는 법의학자에게도 죽음은 항상 낯설다. 매주 시체를 만나는 법의학자에게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유성호 교수는 20년간 1500건의 부검을 담당했다. 누구보다 많이 죽음을 만났고, 누구보다 깊이 죽음을 고찰한 그는 끝에 죽음을 가까이 할 때 역설적으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성호 교수는 죽음에 관한 다양한 논제들과 부검 사례를 엮어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서울대학교 교양강의를 개설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죽음을 인정하고, 바로 보기 시작한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더욱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게 되었다. 학생들은 “단언컨대,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는 최고의 강의였다!”, “이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등 환희에 젖은 수강후기를 남겼다. 서울대학교 대표 교양강의를 엮은 이 책은 법의학과 관련된 폭넓은 경험들,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논제들, 죽음에 관한 정의들을 소개한다. 지금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매고 있거나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삶의 가치와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살, 뇌사, 안락사, 존엄사, 유서, 유언……. 죽음에 관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모았다! 우리 모두 피할 수 없지만, 결코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죽음’. 유성호 교수는 오히려 죽음을 공부하고 먼저 준비할 것을 권한다. 삶에 명확히 마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 그리고 ‘삶’이 갖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위한 ‘죽음 지침서’다.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에서는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죽음을 풀어나간다.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법의학적으로 죽음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에도 소개되었던 부검 사례를 살펴본다. 평범한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 갑작스러운 죽음 은 죽음이 우리 삶의 뒷면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정의,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죽음관의 변천, 죽음의 원인을 밝힌다. 다음으로 뇌사, 존엄사, 안락사, 자살 등에 관한 사례와 주장들을 소개한다. 죽음이 스스로에 의해, 타인에 의해 선택될 수 있는 것인가? 유성호 교수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과 따듯한 조언을 제시한다.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죽음을 예감하고 남겼던 유언들을 소개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은 어떻게 사고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여러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폭넓은 경험과 다양한 논제들을 전함으로써 독자들은 ‘죽음’을 좀 더 쉽고 자주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공부하고, 죽음이 더해진 삶의 풍경은 훨씬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 출판사 제공  

    handurae 작성일: 2019-09-06 조회:447

    <24%의 기적> 의식은 간소하게, 추모는 깊이 있게

    - 병원장례식의 대안을 말한다 와 본 분들은 알겠지만 우리 조합의 주 사무실은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에 있습니다. 경복궁역 인근 ‘먹자골목’을 통과하면 그 끝자락에 있지요.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한때 ‘핫한’ 곳으로 주목받았던 서촌에서 10년째 붙박고 있습니다. 인왕산 봉우리들이 장군처럼 늠름하게 굽어보고, 수성동 계곡이 굽이치는(물은 말라서 없지만요) 풍광 수려한 곳이지요.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명당입니다.   어느 늙은 노동자의 눈물 얼마 전, 우리 조합 사무실의 창호공사를 할 때였습니다. 어느 집수리협동조합에서 공사를 맡았는데, 유리창에 직사광선을 완화해줄 필름지 붙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대청소까지 하느라 작업은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고된 노동을 마친 노동자 두 분과 삼겹살로 저녁을 나눴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작은장례’ 얘기가 나왔습니다. 작은장례란 병원 장례식장이 아닌 곳(고인이 거주하던 곳이면 더 좋겠지요)에서, 기존 3일장보다 간소하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추모 위주로 치르는 장례를 말합니다. 의식은 간소하게 하되 추모는 깊이 있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 조합이 꼭 실현하고 싶은 장례문화입니다.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듣고 있던 늙은 노동자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사연을 물었습니다. 평생 노동판에서 잔뼈가 굵은 60대 중반 노동자는 서울 강남의 가난한 비닐하우스촌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노환과 지병이 겹쳐 병원 나들이가 잦았던 어머니가 몇 년 전 집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평소 장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황망하고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유명한 병원이 떠올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습니다. 그 흔한 조화도, 문상객도 거의 없었습니다. 커다란 빈소에 홀로 동그마니 앉아 3일 밤을 지냈습니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오가며 한마디씩 던지거나 자기들끼리 수근거렸습니다. 제사상은 따로 안 차리느냐, 손님은 안 오느냐, 언제 나가느냐.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밥과 술을 많이 팔아줘야 좋아한다는 것을. “작은장례와 같은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제가 그 수모를 받으면서 그곳에 있었겠습니까.” 창립 이래 장례문화 개선과 공동체 장례 실현을 표방해온 우리 조합은 이제 ‘작은장례’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병원장례식장은 가고 싶지 않다, 가족과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 나만의 장례식을 기획하고 실현하고 싶다는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이런 조합원들의 요구를 꼭 실현하고 싶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3일장을 하루장으로 총 응답자는 738명(조합원은 496명, 비조합원은 242명)이었습니다. 남성은 397명(54%), 여성 343명(46%)이었고, 50대 300명(41%), 40대 257명(35%), 60대 94명(13%), 30대 67명(9%) 순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장례경험’을 물었는데, 있다(79%)가 없다(2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장례를 치러본 이들은 대부분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이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고민해 본 적 있는가’를 물었을 때 있다(72%)는 응답이 없다(1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있다는 응답중 특히 1인 가구(84%)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3일장 장례문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는데, 보통(61%) 부정(27%) 긍정(12%) 순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3일장 장례문화의 문제로는 장례식의 허례허식(낭비요소), 비싼 장례비용, 장례회사의 영리추구, 간소하게 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음, 각종 쓰레기(화환, 음식물, 일회용품 등) 양산, 피로감, 추모의식 결여, 조문객 초대의 어려움 등을 꼽았습니다. ‘작은장례를 실행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가’를 물었을 때, 가족 간 이견 발생(설득이 어려움), 새로운 시도에 따른 불안감, 주변시선 의식,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죄책감, 허전하고 쓸쓸함, 기존에 낸 조의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움, 낯설고 귀찮음 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본인의 장례를 작은장례로 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긍정(68%), 부정(22%), 보통(10%)의 답변이 나왔는데, 대체로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분포합니다. 반면 ‘가족의 장례를 작은장례로 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긍정(43%), 부정(20%), 보통(37%)으로 나타나 가족의 장례는 다소 부담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의 시신을 병원 안치실에 모시고 작은장례는 별도의 추모공간에서 한다면 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긍정(62%), 부정(10%), 보통(28%)로, 사전에 죽음을 공부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웰다잉 아카데미에 참석하겠는가라고 묻자 참석(71%)이 불참(29%)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전문)장례식장 중심의 3일장 장례문화에 대한 개선을 바라는 여론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루장이나 추모식 등 기존 장례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1인가구와 프리랜서 노동의 증가라는 흐름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며 조합원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합니다. 우리 조합이 나갈 바가 분명해졌습니다. 이름을 작은장례로 븥이든 문화장례로 붙이든 기존 3일장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병원(전문)장례식장 이외에 갈 곳을 더욱 근사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고인의 뜻을 기리고, 상주와 유가족이 주도적으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혼식은 기획하는데 장례식이라고 못할 것 없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원하는 장례식을 맞춤형으로 치를 수 있다면 우리 삶과 죽음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하지 않기에 조합원과 함께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글/ 김경환

    handurae 작성일: 2019-09-06 조회:482

    <메멘토 모리> 문득, 집에 대한 생각

    문득, 집에 대한 생각 봉준호 감독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의 네 식구는 ‘반지하’에 산다. 반지하는 지하와 지상에 반쯤 걸친 공간이다. 온 가족이 백수인 그들이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일종의 ‘서식처’에 가깝다.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고, 서식처는 동물이 사는 곳이다. 사람도 움직인다는 점에서 동물이긴 하나, 일반적인 동물과 다르기에 벽체와 지붕, 문짝만으로 집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개집과 인간의 집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금세 알 수 있다. 개집에는 소파, 양변기, 샤워시설이 필요 없다. 직립하고 말을 하며 옷을 걸치고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인간의 삶은 의외로 복잡하며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창궐, 공생하고, 취객이 창문을 향해 느닷없이 오줌을 싸갈기며, 큰비라도 내릴라치면 개수대와 양변기가 역류해 똥물과 오물이 범람하는, <기생충>의 식구들이 사는 그 곳은 인간이 사는 집이라 부르기에는 턱없이 미흡하고 열악하고 고통스러운 장소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그 식구들은 ‘제대로 된 집’을 열망하다 기회가 오자 아주 변칙적인 방법으로 그 집을 점거한다. 그리고 힘없고 가난한 ‘기생충’의 운명이 그렇듯 결국 비참하게 추락하고 만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반지하’에 살던 시절이 있었다(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대낮에도 전깃불을 켜지 않으면 천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습하며 하수구 냄새가 났다. 경기도 성남의 제지공장에서 일하던 그때, 철야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면 이불이 축축했다. 젖은 이불 속에서 자고 났을 때, 내 몸은 스펀지 같이 무거웠다. 어느 날 습기를 흠뻑 머금은 이불을 옥상에 널고 출근했다. 그날은 하필 오후부터 장대비가 내렸다. 그날 역시 야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돌아왔는데 덮고 잘 이불이 없었다. 맨바닥에 누워 밤새 눈을 떴다 감았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다른 방도 기억난다. 울산의 어느 공단지역이었는데, 보증금 없는 월세 3만 원짜리 단칸방이었다. 성인 남성 둘이 누우면 딱 맞을 공간이었다. 0.75평짜리 감옥의 독방과 흡사했다. 그곳은 흡사 ‘관짝’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곳에 가재도구라고는 벽에 붙은 옷걸이가 전부였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공용이었고, 관짝 같은 방에서 50보 이상 떨어져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나와 비슷한 인생들이 모두 잠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샤워실로 향했다. 알전구가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렇게 알몸을 씻고 있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서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흘깃 바라보다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방 혹은 집에 얽힌 기억은 더 많이 이어진다. 반지하에서 빌라로, 작은 아파트로…. 돌아보면 슬프고 참담하며 괴로운 시간이다. 반지하 신세는 진작 면했지만 아직도 무주택자 신분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뒤늦은 나이에 맹렬하게 집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환갑을 바라보니 주거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울 강남의 요지에 위치한 비싼 아파트, 돈 되는 집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전통시장이 있고, 산이 있고, 햇별이 잘 드는 집이면 좋겠다. 쓰고 신 세월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방과 반지하와 주택을 거쳤을까. 그래서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마천루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건물을 말한다. 도시가 마천루의 숲으로 급속히 변신해갈 때, 그 건물 안으로는 평생 들어가 보지 못할 이들의 가난과 결핍과 좌절의 시간은 여전하다. ‘제대로 된 집’에 살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지상의 방 한 칸에 머물던 우리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고대광실, 대궐 같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권세를 누리던 이들도 죽음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삶은 그렇지 않지만 죽음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초라한 육신으로 숨을 거둔, 죽은 이가 도착하는 곳은 역설적으로 아주 작은 집이다. 그 작은 공간을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아는 망자의 쉼터는 라면 상자처럼 작은 공간이거나 어두운 땅 속뿐이다. 때로는 허공이거나 바다에 뿌려져 흩어지기도 한다. 볕 잘 들고 공기 잘 통하는 명당자리에 왕릉처럼 거대한 봉분을 쓴다 해도 망자는 결국 한 평 땅에 놓여 있다 먼지로 흩어질 뿐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것이다. 살 곳을 걱정하며 평생을 살던 이들도 죽을 곳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죽음 이후는 그가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에 걱정을 한들 달라질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때 사람이라는 동물이었던 존재는 한순간에 무기력한 유기물로 바뀌고 만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전전하던 우리들 최후의 거처는 결국 아무 곳에도 없다. 그래서 죽음만큼 큰 위로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작은 집에 머물다 조용히 자연 속으로 흩어져야겠다. 그것이 안식이다. ▣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handurae 작성일: 2019-07-23 조회:502

    <24%의 기적> 추모형 ‘작은장례’로 한겨레두레 2.0시대를 열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2020년 1월, 창립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자부심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협동으로 만드는 공동체 장례문화’를 기치로 내걸고 두 가지 목표 세웠습니다. - 협동의 힘으로 직거래공동구매와 맞춤형 방식 장례를 치러 부패하고 혼탁한 장례시장을 깨끗하고 투명하게 정화하자, - 조합원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장례문화를 만들자. 이 두 가지 중 앞에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우리 조합은 지난 10년간 전국 9개 조합 조합원 3500명 규모로 성장하였고 1500여 건의 장례를 애초 세운 원칙대로 차질 없이 진행했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상조시장도 어느 정도 정화되었고, 저소득층과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는 ‘공영장례’ 실현에 기여하였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조합원과 공동체의 협동에 기반한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드는 데는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외부적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이 목표를 실현하는 총력을 모으려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가칭 ‘2.0 시대’로 부르고 싶습니다. 더 좋은 제안을 기다리겠습니다. 2.0시대는 ‘의식은 간소하게, 추모는 깊이 있게’를 모토로 추모형 ‘작은장례’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장례시장은 철저히 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병원(전문) 장례식장에서 상조(의전) 회사가 진행하는 대로 3일장(때로는 4~7일장)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외에 별다른 대안도,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장례가 이런 모습일까요. 우리는 이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겠습니다. 몇 년 전 집수리협동조합에서 우리 조합 사무실 창문에 햇볕을 막기 위해 필름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노동자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였습니다.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작은장례’를 하고 싶다는 애기를 꺼냈는데…. 말없이 듣고 있던 60대 중반 노동자가 갑자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깊은 한숨처럼 사연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강남의 가난한 동네, 비닐하우스에서 노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병을 앓던 어머니가 자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황망한 와중에 그가 떠올린 것은 강남에서 제일 크다는 병원이었습니다. 병원으로 연락을 했고 앰뷸런스가 와서 시신을 옮겼고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조문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3일 동안 빈소를 지켰습니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오가며 한마디씩 던졌습니다. 문상객은 없느냐. 밥은 안 시키느냐, 언제 나가느냐. 그는 그때의 그 직원들의 멸시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밥 장사’가 되지 않은데 빈소를 차지하고 있는 그가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그 노동자에게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그 비싼 병원 장례식장에 갔을까요. 어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조촐하고 편안하게 꾸며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우리 조합은 이제 그 대안을 만들고자 합니다.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초저출산국,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무연고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성, 고령자,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상주들은 기존 3일장 중심의 장례를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이른바 ‘무연(無緣)사회’가 도래하였습니다. 무연고자의 대부분은 연고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와중에 ‘죽음의 상인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망자는 계속 늘어 신생아 수를 앞지르더니 2020년에 30만 명을 넘어서고, 2060년이면 7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상조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고비용화 독과점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 현재 상조회사 가입자는 540만 명에 이르며 시장규모도 6조 원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장례식장과 봉안당 등 묘지사업 분야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입니다. 3일장을 하루장이나 간소한 추모식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준비 없이 닥치는 장례를 미리 준비하고, 허례허식과 ‘보여주기’식 의식을 추모 중심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일회용품과 음식물 쓰레기가 없고 진심 어린 애도가 있는 장례를 할 수는 없을까. 2천여만 원에 육박하는 장례비용을 반값 이상으로 줄일 수는 없을까.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품격 높은 장례는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원하는 장례를 우리가 설계해서 치를 수는 없을까. 우리 조합이 이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바꾸겠습니다. 부담은 줄이고 존엄은 더하여 하고 싶은 장례, 매력적인 추모 장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우리의 구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집니다. 먼저 채비, 죽음을 준비합니다. 웰다잉 아카데미를 운영해 죽음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 ‘기억노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겠습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하고 ‘나만의 장례식’을 설계하겠습니다. 사후가 아닌 생전 장례식도 가능합니다. 그 다음 장례, 애도와 위로의 의식을 치르려 합니다.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영상과 약전을 선보이고, 사진전이나 음악공연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과 친지 중심으로 품격 있는 추모식을 거행하고 다과를 나누겠습니다. 장례 이후, 추모와 치유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유족에게 힐링여행을 제공하고 ‘그리프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기일이 돌아오면 간소한 추모식을 치르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설계하겠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공간과 콘텐츠입니다.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추모식을 치를 만한 아름다운 공간을 하나씩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료와 돌봄, 공간과 문화 분야의 사회적경제조직들, 장례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단체들과 연대하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조합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2.0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 조합원 님의 지혜와 협력을 구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장례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장례문화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글/  김상현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회장

    handurae 작성일: 2019-07-23 조회:559

    <메멘토 모리> 우리 마음 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나무의 마음으로 살아가다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 초입에 있는 나무는 300년 넘게 살았다. 어느 해인가 수액을 맞던 것을 제외하고는 아름드리 등걸은 장수한 비결을 그대로 드러내며 윤기가 난다. 나는 그런 나무가 대견해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나무는 다른 생각을 할 것 같다.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이야기를 쏟아낼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황경택지음/샘터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살며 겪은 일들의 대부분은 인간이 만든 것들을 견디는 일이었을 것이다. 꺼지지 않는 도심의 불빛과 소음과 나쁜 공기, 건물이 지어지거나 새로운 도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처지를 걱정해야 하는 일. 많은 변화에 적응하며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데, 나무는 그것을 견디며 살아왔다. 도서관 초입을 지키는 나무를 생각하며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를 읽었다. 이 책은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다. 자신의 일이 “숲속 생물들의 삶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먼저 깊이 이해하고 인간의 이야기로 통역하는 이”라고 설명한다. 8장으로 구성된 31편의 글을 통해 저마다의 시선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 안에 녹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무가 300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자연의 변화를 묵묵히 견디며 지탱해온 결과이며 꾸준하게 자기 길을 가는 힘을 기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안락하다. 하지만 편의만을 강조한 도시의 삶은 인간의 건강함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살고 건강하게 아프다 갈 수 있는 삶을 방해한다. 경쟁에 내몰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계처럼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다. 잘산다는 것, 더 특별하게 산다는 것은 좀 더 편리한 환경을 갖는 일처럼 이야기된다. 성공한 삶이란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일이며 감히 엄두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삶을 만든 이를 칭한다. 과연 이것만이 성공한 삶일까? 우리는 점점 아파가고 있는데.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삶을 살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그 자체가 성공이고 행복입니다. 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그게 실패한 삶은 아니에요.” p.63 이 두 문장은 3장 ‘아모르파티’라는 글에 들어 있다. 아모르파티는 니체의 ‘즐거운 학문’에 언급되었던 표현이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운명에 좌절하고 순응해서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뒤처지는 삶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에 기대어 산다면 어떻게 살아도 두려움뿐 일 것이다. 자연에 호기심을 갖고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아가지 않게 된다. 생존을 위한 경쟁을 피하고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며 자신의 장점을 통해 세상이라는 큰 숲으로 걸어가면 된다. “진정한 용기는 내 안의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p.90 용기 있는 삶은 건강한 삶이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삶의 리듬에 몸을 맞추는 일이다. 삶의 리듬에 마음을 맡기고 흥을 낼 수 있는 이야말로 삶의 희노애락을 안다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며 변주하는 나무의 삶과 같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열매를 더 많이 맺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살며 적정선을 찾고 균형감을 간직한다. 간혹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이에게 어차피 내려올 텐데 왜 산에 오르냐고 묻는다. 아무런 값도 생길 것 같지 않은 일에 힘을 쏟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도 같다. 우리는 그 물음에 ‘산을 오르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과정을 중시하는 삶은 저마다 마음 안에 푸른 숲 하나 일구는 일이며 더불어 공생하는 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나무의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글/우은주

    handurae 작성일: 2019-05-14 조회: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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