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
“가족과 같이 의사 선생님을 편안하게 만나 진료도 받고 상담할 수 있는 그런 병원은 없을까?”1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 5분 진료받는 그런 병원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의사와 주민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그런 살맛나는 병원. ‘치료와 의사 중심이 아닌, ‘예방’과 ‘환자’ 중심의 의료활동이 우리의 목표’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이사장 안용정)이다.이들은 예방보다는 치료가, 환자보다 의료인이 먼저인 산업화된 의료체계를 거부한다.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경쟁사회 속에서 하나의 산업(의료산업) 구성물로 전락한 소중한 생명과 신체를, 사람이 우선되는 의료체계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이는 ‘나’보다 ‘우리’가 먼저인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생명과 재생, 순환, 연대를 통한 지역사회의 공동체문화를 회복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이웃과 정을 나누는 삶이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미래비전으로 삼고 ‘함께 사는 건강마을ㆍ행복한 의료 실현’을 위해 건강커뮤니센터 운영과 우리가족 주치의 제도,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 확립, 1차 의료 강화를 통한 예방의료시스템 확립을 지향한다.이에 안용정 이사장과 최화정, 김광은, 박종아 이사 등 인권ㆍ환경운동가들이 모여 의료협동조합 설립에 뜻을 모은 것이 지난 2010년. 1년간의 준비모임 진행과 학습, 정보 등을 취합하고 2011년 1월 발기인대회를 가졌다.이어 지난해 7월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8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10월에는 경기도로부터 법인인가를 완료받아 현재 430명의 주민들이 이들과 뜻을 함께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지역공동체 회복을 지향하고 대안 의료 복지를 고민하는 시민과 의료인,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국민건강 보험의 한계와 일반 보험의 부당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권 확보를 통한 의료 복지를 조합원 스스로 만들어가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인 것이다.
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1만원 이상 조합비를 낸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혜택을 적정한 진료비로 제공하며,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교육을 실시한다. 장안구보건소와 송죽동 건강마을 만들기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과정 중 하나다.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한 주민들은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스스로 운영한다. 이렇게 설립된 병원은 주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고민한다.아직은 초기단계라 영통구의 한 치과의원의 도움을 받아 치과부분에서만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10월께에는 장안구에 직접 설립한 치과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2015년 이후에는 치과는 물론이고 가정의학과와 한방, 그리고 건강증진센터까지 이용이 가능해 진다.이를 위해 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거쳐 3억원을 목표로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을 모아 약 180㎡의 치과병원을 설립키로 했다.우선은 의사 1명에 간호사 3명, 치료병상 5개와 수술실 1개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모두 건강한 삶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고 다함께 혜택을 보자는 것으로 우리 옛 선조들이 농촌사회에서 행하던 ‘품앗이’ 문화와 같다.조합 관계자는 “의료 자체가 산업화되다보니 환자가 아닌 의료인 중심의 의료행위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면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담보로 한 시장경제를 거부하고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합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의료가 산업화됨에 따라 생겨난 폐혜는 우리 주변에 이미 깊숙히 침투한 상황이다. 의약품 과다복용과 도시-농촌간 의료서비스 격차는 빙산의 일각이다.의료서비스 자체가 소비자(환자) 자신의 정확한 치료 필요성을 알기 어려워 다른 경제분야와 달리 공급자에 대한 소비자의 주권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조합원이 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까?수원한겨레두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병원도 보험사도 아닌 조합원이 스스로 결정한다. 의료수가, 서비스개선 등 모든 의료서비스의 결정권은 조합원이 가지고 있다.또 조합 병원을 통해 지속적인 ‘주치의’ 제도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각종 건강 강좌를 통한 예방의학 지식을 우선 습득해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는 예방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특히 조합원 외 가족까지도 조합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내 건강만이 아닌, 가족 모두가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예방, 건강한 가족, 건강한 마을,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수 있다.조합 관계자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담보로 수익이 우선되는 산업화된 의료체계는 의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면서 “1차 의료기관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 1명이 수십~수백명의 건강을 도맡을 수 있는 주치의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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